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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값 4분기 13% 상승
애널리스트 "중국 부양책에 기대감" vs 中 "광산 기업의 횡포"
내년에도 철광석 가격 고공행진 전망
원유와 구리·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인 가운데 철광석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철강 기업들의 수요 때문이다. 글로벌 해상 운송 철광석의 3분에 2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은 호주와 브라질의 대형 광산기업들이 횡포를 부린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기업은 물론 건설·조선·자동차 등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돼 있다. 철광석 가격이 내년까지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 광산 지분투자 등으로 안정적 수입선을 확보하지 못한 철강 기업은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중국산 철강재는 물론 환율에 따라 일본산 철강재 수입도 늘어날 전망이다.
고삐 풀린 中 철강업계, 전방위 덤핑공세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톈진항 철광석(62%) 현물 가격은 136.05달러로 지난 10월 2일 119.9달러 대비 13.5%가량 상승해 작년 6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반면 지난 9월까지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 유가는 최근 약 70달러 선으로 하락했고, 경기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도 이달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경기 침체로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는 가운데 철광석 가격이 오르자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수수께끼'(Conundrum)라고 평가하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때문에 수요가 높아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중국 철강기업들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한 9억7584만t의 철광석을 수입했다.
중국 철강 기업들의 설비 과잉은 철광석 가격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정부가 생산 제한을 풀자 중국 업체들은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21년과 2022년 철강 생산을 억제했지만, 올해는 경기 우려로 생산을 제한하지 않았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으며 연말까지 10억t의 생산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초과 생산분을 전 세계로 수출해 사방에서 무역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인도에서도 덤핑 관세를 부과받았다.
씨티그룹 분석에 따르면 최근 중국 주요 항구의 철광석 재고량은 연말 기준으로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통상 철광석 재고는 겨울에는 상승했다가 추운 날씨가 누그러지면서 수요가 증가해야지 줄어든다. 철강 제품 재고도 평소보다 적다. 블룸버그 통신은 "철광석의 최대 수요처인 주택 건설 부문이 부진함에도 기계와 조선, 인프라 등에 수요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며 "중국 철강 기업들의 수출도 꾸준하다"고 분석했다.
中 "철광석 생산 장악한 대기업의 횡포"
중국 당국은 글로벌 광산 기업들의 담합 행위가 철광석 가격 상승에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호주의 BHP와 리오틴토, 브라질의 발레 등의 광산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3개 기업의 글로벌 철광석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중국 기업 간 물량 확보 경쟁도 여전하다. 많은 철강 기업들이 소수의 광산기업과 개별로 거래하는 탓에 협상에서 불리하고 시장도 혼탁하다. 중국 정부도 자국 철강 업체들의 사재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 경제기획부처는 다롄 등의 선물거래소에 직원을 파견해 감독을 강화했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시장에서의 과대광고, 조작, '불법 활동'에 대해 경고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달 말 성명을 통해 사재기 및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항구에 보관된 철광석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광석 공동구매를 위해 창설한 중국광물자원그룹(CMRG)도 제 역할을 못 한다고 평가된다. 궈빈(Guo bin) CMRG 회장은 지난달 초 철광석이 t당 120달러 초반이었을 때 "불합리하다"고 말했지만 이후 오히려 t당 가격이 10달러 이상 치솟았다.
"내년엔 철광석 1t당 150달러 간다"
철광석 가격이 내년에는 t당 최고 15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철광석 공급 증가량은 최대 3.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가 이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컨설팅 그룹 우드맥켄지의 데이비드 캐칫 연구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이외에도 인도에서 강력한 수요가 나타나고, 유럽도 지난 2년간 침체의 기저효과로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광석 수급 상황은 2025년 이후에나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개발 철광석 매장지 중 하나인 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도우 산맥 철광석 광산의 조업이 2025년께 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리오틴토는 중국 기업들과 공동으로 62억달러를 투입해 광산 개발을 위한 철도와 항만 부설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생산이 본격화하면 연간 약 6000만t의 철광석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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